항상 여름 휴가는 부모님과 함께였다.
그러나 이번 휴가는 어쩌다 보니, 부모님과 일정이 맞지 않았고,
그래서 나를 위한 휴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번 휴가의 요구 사항은 걷는 것과 야영.
처음에 알아 본 것은 지리산 종주!
그러나, 국립공원 내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에는 야영이 금지이며,
종주 코스에 있는 산장들은 전부 야영이 금지 되었다.
예전에 야영하던, 노고단, 뱀사골, 연하천 산장 모두~
지리산 종주는 일치감치 포기하고,
한라산 등반을 알아 보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제주 올레~
하루에 1코스씩 총 13코스(정확하게는 15개 구간)를 걷는 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걷기만 하면 된다.
한라산 등반의 경우는 하루 내에 정상 공격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올레 코스는 내가 나름대로 일정을 잡아 낼 수 있는
그야말로 Freeman Style의 여정이 아닐런지...
- Day 1

올레 1코스를 시작한다. 올레 1코스는 시흥 초교에서 광치기 해안까지 약 15km 이며, 5~6시간 소요된다고 올레 사이트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아침 첫 비행기로 김포를 떠나, 도착 후 어리 버리 시외버스를 타고 시흥 초교에 도착하니 11시가 되었다. 약간 피곤함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설레임과 무엇보다는 난 휴가중이다!

드디어 시작이다. 무엇이든 시작은 항상 설레인다.
설레임에 저 배낭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해서 언제 끝낼 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작했다라는 것이 중요하다.

저 길을 따라서 알오름을 오르면서, 생각했다.
'내가 미쳤다고...'
'또, 병이 도진게지...'
'이 배낭은 뭐냐???'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생각이 바뀐다.
'아... 오길 잘 했다.'
'다음은 어디지???'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가 가깝다.
아니 가깝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일출봉이 아닌, 광치기 해안!
일출봉에서 30분은 더 걸어야 한다는 것...

원래 일출봉은 올레 코스에는 없다. 올레 코스에는 돈을 지불하는 곳은 지나칠 뿐이다.
난 왜 일출봉을 올랐을까?
이번 휴가에서 유일하게 특정한 곳을 방문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
무거운 배낭은 잠시 매표소에 맡겨 두고, 물병 하나 들고 올라간 일출봉...
그냥 쉽게 생각했다.
시간도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갈 수 있을 때 가보자라고 생각했다.
무수히 많은 중국 관광객과 연인/커플들을 뒤로 하고,
발에 불이 나도록 올라 간 그곳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괜히 힘만 썼다.
자고로 돈 내는 관광지 치고 돈값하는 곳 드물다더니,
여기도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일출을 본다면 또 모를까?
저 사진 속의 그곳은 분명 화산의 분화구(?) 정도여야 하는데...
저 곳은 그저 초원이다.
어이 없음...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광치기 해안.
오는 길에 올레 지기 할아버지께서 광치기 해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사실 힘든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자세히(?) 설명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아님 배낭 좀 벗으라고 하시지.
난 그저 뻘쭘히 배낭 메고 맞장구까지 치고 있었다.

오후 5시.
드디어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다.
올레 1코스 완주!!!
일출봉 등정 1시간을 제외해도 총 5시간 정도의 걷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여길 계획할 때는 우도도 갔다 올까 했는데...
역시, 자만이 컸다.
자신을 너무 몰랐다.
- 하루를 마치며
숙박 장소는 계획대로 야영을 하기 위해 모구리 오토 캠프장으로 정했다.
광치기 해안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표선으로 이동 후에 다시 시내 버스를 타고,
성읍 민속 마을에서 하차 후에 30분을 걸어 가야 한다.
우라질 시외 버스는 1시간이 넘어서 나타났다.
반대편은 버스가 3대나 지나 갔는데...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아직도 버스가 안 왔냐고 되레 물을 정도니,
첫날부터 이상하게 풀리는군.
결국 9시가 넘어서 캠프장 도착.
피곤함에 완전히 쩔었다.
괜히 야영했나?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떻게 가나?
이런 저런 걱정들로 하루를 끝낸다.
그래도 잠은 잘 오더라.
